1. "Good job!" 포토그래퍼의 칭찬에 백만 불짜리 눈웃음을 지으며 쑥스러워하던재범.
오후 6시, 스튜디오의 고요한 정적을 깨고 등장한 이 남자. 금발 머리에 뽀얀 우윳빛 피부, 파란 캡 모자와 깔맞춤한 운동화...<HIGH CUT> 59호 커버의 주인공 박재범이다.
약2년 전, <HIGH CUT>과는 2PM의 리더 재범으로 만나 화보 촬영을 함게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반가운 얼굴. "머리가 파격적인데요?" 어제 저녁에 갑자기 바꿨어요.
남들은 여러 번 해야 한다는데 저는 머리카락이 얇아서 딱2번만에 나오더라고요" 하며 흡족한 미소를 띤다.
잠시 후, 시안을 보던 그의 걱정 섞인 한마디. "오늘 노출 있어요? 음...지금 곤란한데." 요즘 통 운동을 하지 못해서 몸매에 자신이 없단다. 그의 악의없는 도발에 남자 스태프들의 야유와 비난이 이어졌다.
카메라를 집어삼킬 듯 날카로운 눈빛에 셔트를 찢는 포즈를 취했을 땐, 촬영준비로 스튜디오에 잠깐 들렀던 다른 잡지사 여기자들마저 분주한 손길을 멈춰야 했다.
귀엽다는 말에 "이제 소년 아니고, 진짜 남자다"며 발끈하던 그는 터프하고 자신감 넘치는 포즈로 촬영을 이끌었다. "이번 화보 타이틀을 직접 정한다면?" "그냥~재범요." "이름만요? 아무 수식어 없이?" "아니. '그냥,재범'요. 이번 화보는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줬으니까요." (기자,김민희)
2. 잔뜩 뿔난 아이처럼 무언가 노려보는 모습마저 귀엽다. '까도남'버전의 재범!
3. 'I am truly blessed so I choose to live positive everyday(나는 진정으로 축복받았으며, 매일매일을 긍정적으로 사는 삶을 선택했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그의 문신이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HIGH CUT vol.59
박재범 인터뷰
TV에서 한동안 박재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숨고르기'중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올 봄부터 6월 초까지 박예진, 지현우, 김수로와 영화 <미스터 아이돌>을 촬영해 10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고, 8월 말 발매되는 새 싱글 준비도 마쳤다. 게다가 최근 일본과 싱가포르에서의 팬미팅과 KBS2 <불후의 명곡2-전설을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 무대 준비로 살짝 지쳐 있는 상태. 그래서인지 화보 촬영에서의 거듭되는 점프에 '바닥체력'을 드러내다가도, 음악 이야기를 나눌 땐 언제 그랬냐는 듯 쌩쌩해졌다. 인터뷰 중 누님들 앞에서 신곡 '걸프렌드'를 '감미롭게' 불러주는 매너도 발휘하며. (기자,이다정)
못보던 문신이네요. 왼쪽 팔에 새긴 귀여운 캐리커처는 본인 얼굴인가요.
[네. (문신 속) 제 얼굴 귀엽죠. 얼굴 오른쪽엔 대한민국 국기, 왼쪽엔 시애틀(박재범의 고향)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을 새겼어요. 좋아하는 운동화 모양 문신도 바로 옆에 새기고, 새로 문신한지 3주 정도 됐어요.]
바로 어제 금발 머리로 염색했다면서요.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기에.
[원래는 신곡 뮤직비디오 컨셉트였는데 <불후의 명곡> 출연으로 앨범 발매가 미뤄져서 못했거든요. 그러다 어제 즉흥적으로 해봤어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 보고 깜짝놀랐어요. 내가 아닌 것 같아서.(웃음) 생애 첫 금발 머리인데 확실히 기분이 색달라요.]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는 소감은 어떤가요. 첫 출연(8/6 방송분)에서 대선배 문희준씨와 '캔디'를 부르는 걸 봤는데, 쿵짝이 잘 맞던데요.
[사실 연습을 제대로 못했어요. 첫만남에서 1시간 동안 안무를 배운 뒤 문희준 형은 <댄싱 위드 더 스타>를 촬영하러 가고, 저는 팬미팅차 싱가포르에 갔거든요. 돌아오자마자 리허설에서 한 번 맞춰본 건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솔직히 지금까지 <불후의 명곡>에서 준비한 곡들(H.O.T.의 '캔디', 지누션의 '말해줘', 김완선의 '기분좋은 날')이 모두 처음 듣는 노래인데다. 매주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게 힘들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앨범활동과 <불후의 명곡>을 병행 중인 슈퍼주니어 규현이나 엠블랙 지오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서로 격려하면서 재밌게 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니 아이돌 중에서는 어느덧 '선배급'이 됐네요. 요즘 데뷔하는 신인 아이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어떤 그룹이 나오는지 유심히 신경쓰지는 않았는데, 요새는 아이돌이 진짜 많은 것 같긴 해요. 최근에 나온 그룹 중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신인 아이돌이 다소 천편일률적인 느낌도 드는데 조언해줄 말이 있다면요.
[처음엔 거의 다 그래요.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음악이나 춤, 무대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어느 정도 지난 뒤 자신만의 생각이랄까 그런 게 생겨요. 그때가 되면 본인이 원하는 음악과 춤을 할 수 있을 거에요. 지금의 저처럼요.]
그렇다면 현재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은.
[(주저없이) 2NE1!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해서 신곡도 다 알아요. 가수로서 되게 멋있는 것같아요. 특히 공민지양. 춤을 멋있게 추잖아요.]
말 나온김에,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있나요.
[요즘 <런닝맨>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얼마 전 최강희 누나랑 지성 형이 나온 '보스를 지켜라'편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섭외가 들어오면 나갈 생각이 있어요. 으하, 방송이 아니더라도 친구들이랑 '런닝맨 놀이'는 꼭 해보고 싶어요. 미션 정해서 찾아다니고 그런 거.]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영화 <미스터 아이돌>은 어땠나요. 한국어 대사를 외우는 일이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많이 바뀌던데요. 대사가 점점 줄어들어서 나중에 액션이랑 표정연기만 주로 했어요. 사고뭉치에서 국민 아이돌로 성장하는 역할인데, 연기를 해보니 새로운 재미가 있어요. 다만 이번 영화 홍보 활동을 마치고는 음악에 더 집중하고, 뮤지션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싶어요. 연기는 그 다음에 다시 도전해볼래요.]
이달 말에는 새 싱글도 나온다면서요.
[두 곡이 수록됐는데 그 중에 '걸프렌드'라는 노래가 있어요. 이 노래가 괜찮은 것 같아요. 요즘 많이 나오는 일렉트로닉 댄스 장르와는 많이 다를거에요. 예전에 제가 불렀던 BOB의 'nothing on you'와 분위기가 좀 비슷한데. (한 번 불러달라는 요청에 주저없이 노래를 부른 뒤)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죠? 여름과 잘어울리는데 여름이 끝날 때쯤 나와서. (웃음) 진짜 좋아요. '대박 예감'이라고 써주세요. 히히.]
미국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나요.
[아직은 없는데, 언젠가는 꼭 될것이라 믿어요. 기회가 온다면 누구보다 자신 있어요. 미국 음악을 제대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상시 옷을 잘 입기로도 소문났잖아요. '박재범'하면 '깔맞춤' 공식도 있고요.
[(씩 웃으며) 오늘 제가 입은 옷은 어때요. 괜찮아요? (이날 역시 파란색 캡 모자에 파란 운동화를 '깔맞춤'했다.) 뭔가 색깔을 맞춰야 신선해 보여요. (일동 웃음) 집에 컬러풀한 아이템들이 많은데, 시애틀과 서울 집에 있는 것들을 합치면 모자는 60개, 신발은 40켤레 정도 있는 듯해요. 아이템들을 버리지않고 모아놓는 편이라,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신는 신발도 있어요.]
팬들이 정말 든든한 지원군인데, 가끔은 재범씨를 과잉보호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하하, 그런 경우들이 있어요. 문신을 하는것도 '방송 못하면 어떡해, 타투하지 마' 충고하기도 하는데요. 우리 엄마도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하시니 이해해요. 저는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를 비롯해 주위에 있는 분들까지 응원해주시는 부분은 정말 고마워요.]
어린나이에 많은 일들을 겪었고, 후폭풍도 거셋어요. 그런 일을 겪으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정말 많이 성장했죠. 무엇보다 제 주위에 있는 분들의 소중함을 느꼈어요. 평소에 주변 사람에게 잘하면, 사람들이 오해를 하더라도 보호해줄 지원군이 생기는 거니까요. 그런 힘든 일을 겪어서 나중에 더 좋은 사람이 되면 (오히려) 괜찮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재범씨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무엇일까요.
[음악은 더 잘하면 좋겠지만, 지금 가진 마음이 변함없으면 해요. 가족과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비보잉을 사랑하고. ('지금처럼 소년 같은 면모를 간직하면서?'라고 묻자 발끈하며) 전 소년 같지는 않아요! 남자라고 생각해요. 내 사람들한테 잘하면서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얘기할 말이 있다면요.
[정말 재밌는 인터뷰였어요. 중간에 직접 노래도 불러주고, 이런 사람 없죠? 이 내용도 꼭 써주세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