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클릭해주세요*

각 가수마다 한 문단씩 배정된 것에 비해 전반적으로 박재범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ㅠ^




=


가장 어렵던 시절이었다. 1945년 한반도는 마침내 식민지에서 해방이 되었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이념갈등과 1950년 한국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인 한국전쟁, 그리고 그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그때가 현인의 전성기였다. 

오랜 무명생활을 끝내고 가장 힘들고 어렵던 시절 그는 누구보다 전통의 정서와 닿아 있으며 누구보다 세련된 음악으로 고단하기만 하던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

박재범의 말이 맞다. 모를 것이다. 

아마 출연한 대부분의 가수들이 현인과 그의 음악에 대해 전혀 알지도, 알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있었기에 그들도 있다.

.

.

박재범은 과연 타고난 춤꾼이다. 목으로도 노래를 부르고 몸으로 노래를 부른다. 목으로도 노래를 연주하고 몸으로도 노래를 연주한다. 

달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깊은 밤 밝은 달빛이 마치 그림자처럼 비쳐든다. 달빛이 밝아 그림자가 지고, 어두운 가운데 달빛이 너무나 서러럽도록 밝아 차라리 그림자처럼 보인다. 

과거 현인은 천년고도 경주에서 이미 오래전에 망해 사라진 신라의 정취를 그리고 있었다. 

이제 박재범은 21세기의 무대에서 오래전 같은 노래를 부르던 선배가수를 떠올리고 있었다.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하는 선배의 노래를 오늘날에 맞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부르며 그 노래를 부르던 그 무렵을 떠올리려 하고 있었다. 

낱낱이 해체하여 새로운 집을 짓는 기둥으로 삼고 대들보로 삼는다. 

지붕은 기와가 아니다. 벽은 흙벽이 아니다. 콘크리트다. 현대화된 입식주방과 수세식화장실, 샤워기, 그리고 컴퓨터가 놓인 사랑방.
그의 무대를 당분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고 서글프다. 

팬이 되었다. 

그는 보는 이를 흥분케 한다. 그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무섭다. 어째서 박재범에 그토록 열광하는지 무대를 통해 이해하게 된다
.
.
정작 승부를 겨루려는데 따라온 친구를 옆에 세운다. 함께 음악작업을 하던 친구도 아니다. 함께 무대에 섰던 친구도 아니다. 그냥 친한 친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스스럼없이 전혀 사소하게 무대에 올리고 내린다. 

참 경의없다. 그렇게 자연스럽다. 그렇게 설레어한다. 즐긴다. 

승부의 결과를 발표하기 전 대기실에서 누가 더 좋네 수다를 떠는 것 또한 그래서 사소하기만 하다. 

단지 결과는 궁금하다. 명곡판정단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사람은 가도 음악은 남는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지만 예술가는 죽어 작품을 남긴다. 

현인은 죽었어도 그의 음악은 여전하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듣고,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그와 전혀 다르게 무대를 만들어간다. 

그가 간지 벌써 10주기, 그리고 그를 떠나보낸 그날에 후배들이 그와 마찬가지로 그와 전혀 다른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랬던 것처럼 위로받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는 그래서 영원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그가 부른 노래가 남아있고 여전히 불려지고 있는 한 그는 살아있는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를 따라한다. 

한참 어린 박재범의 흉내가 그래서 귀엽고 흐뭇하다. 다시 볼 수 없는 것은 서럽다. 서운하다.

다음주를 기대한다. 윤수일이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일 것이다. 

이제 박재범의 무대를 볼 수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그의 멋진 퍼포먼스를 볼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다음을 기약한다. 기대한다. 즐겁다.



 


플짤 - 박순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