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Touch the sky


  이 곡 제목도 TADL처럼 어디서 많이 본 제목이네요. 바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션 중 한명인 (음악적으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힘이 있죠.) Kanye west 의 Late registration앨범의 수록곡입니다. 제가 예전부터 굉장히 좋아하던 곡이라서 제목만으로도 반가웠는데요, 이 제목 때문인지 몰라도 일부 리뷰에서는 이곡이 Knaye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전에 Abandoned 리뷰를 할 때도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동부와 서부 그리고 남부 힙합은 특징이 조금씩 다릅니다. 물론 요즘은 힙합은 물론 모든 음악이 Hybrid의 성격이 짙어져서 이들의 특징을 한가지만 가지고 있는 곡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곡은 동부힙합 쪽에 가깝지 않은가 생각되네요. 물론 Kanye의 음악도 Late registration 까지는 동부힙합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Kanye 와 전형적인 동부힙합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전에 동부힙합을 대표하던 Jay-z 나 Nas, 또는 그 이전으로 올라가서 Rakim이나 Gangstarr 같은 뮤지션들의 힙합은 기본적으로 샘플링과 Minimal (단순함)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뮤지션이 바로 전설의 DJ이자 래퍼이자 동부힙합의 아버지인 DJ Priemer (=Primo)입니다. 80년대 전설적인 힙합듀오 Gangstarr의 멤버이기도 했으며 최근 작고하신 Guru의 음악 파트너이기도 했습니다. Primo의 대표곡으로는 Nas is like 를 들 수 있습니다. 매우 단순한 비트이지만 그야말로 Cool 하고 중독성이 매우 강하고 특히 그루브가 최고입니다. 듣고 있으면 단순한 비트의 나열일 뿐인데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비트는 만들어내는 마술사입니다. 특히 Primo의 최고 작품인 Nas의 데뷔작 illmatic은 1994년에 만들어진 앨범임에도 힙합을 좋아하는 누구나가 필수로 소장하는 명품 중의 명품이죠. 이 앨범은 전곡이 모두 Masterpiece라서 한번 꼭 들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적막한 뉴욕의 마천루 속의 외로운 인간 군상을 너무나 담담하고 냉정하게 표현한 예술작품 입니다.


  이런 Primo와 다르게 Kanye는 철저히 샘플링에 의존하는 프로듀싱을 취해왔습니다. 물론 요즘은 이 양반이 Electronics에 빠져서 더 이상 힙합만 하는 뮤지션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Late registration (이 앨범이 Kanye가 최고의 프로듀서로 인정받게 된 결정타였죠.) 에서의 프로듀싱의 특징을 보면 기존의 Primo스타일의 '쿵!짝! 쿵쿵짝!' 하는 단순한 비트로 만들어낸 2박 이내의 리듬과는 다르게 샘플링한 4마디 정도의 멜로디 라인이 그루브의 단위입니다. Kanye의 Touch the sky를 들어보시면 느낌이 확연하게 오실텐데요. 이 곡은 '빠바밤 빠밤 빠바바밤 빠밤 빠바밤~'하는 트럼펫 라인이 계속 반복되면서 이 샘플링 자체가 비트를 대신합니다. 물론 비트도 들어가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샘플링 단위로 그루브를 타게 되죠. 거기에 약간 답답한 듯 하면서 끝부분을 끝나지 않는 음으로 처리해서 계속 중독성을 만들어 내는 Kanye 특유의 랩 스킬도 중독성을 배가시킵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Hook송이죠. 딱 한가지 멜로디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니까요.


  따라서 TADL의 touch the sky는 Kanye 스타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곡은 철저히 Primo 스타일의 '쿵짝'하는 2박자 그루브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Kanye의 영향이라고 하면 여성 코러스 샘플링의 반복을 들 수 있는데요, 이 부분도 Kanye 스타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TADL의 touch the sky와 형식적으로 비슷한 곡을 찾으라면 Nas의 Stillmatic 앨범 (이 앨범도 미국 최고의 힙합매거진인 The source에서 별5개를 받은 명음반입니다. 이 앨범의 One mic와 2nd childhood, you're da man은 힙합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신나게 들으실 수 있는 아주 멋진 곡이니 들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의 'Got ur self a gun'을 들 수 있습니다. 이곡은 TADL의 touch the sky와 느낌은 전혀 다르게 신나면서도 비장한 느낌이지만 'Got ur self a gun'이라는 코러스를 반복시키면서도 Primo 스타일의 비트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이는 동부힙합의 전형적 작법입니다.
  또한 Primo스타일은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태동기부터 많은 뮤지션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법입니다. 일단 Minimal하기 때문에 단순한 시퀀서하나로도 만들어 낼 수 있고,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비트가 한국인의 취향에 맞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유독 시간이 지나도 절대 인기가 식지 않는 Nas의 명작들이 거의 Primo의 손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어쨌던 저는 이곡을 함께 만든 The Quiett도 Primo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Touch the sky는 Primo식 작법에 기본을 두고 있으면서도 그루브 있으면서 과하지 않은 샘플링을 반복시킴으로서 단순함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 곡의 가장 큰 장점은 Primo 스타일의 장점과 일치하는데요, 바로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비트의 중독성입니다. 듣고 계시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비트에 맞춰 끄덕여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구성이 아주 좋습니다. 맨 처음 'Hey, jay Park'하는 가사후에 두개의 샘플링은 샘플링만 내보내고 다시 두번의 샘플링은 비트와 함께 내보냅니다. 이게 바로 제가 TADL 리뷰(1)에서 말씀드렸던 정교한 완급조절입니다. 이런 완급조절의 TADL의 모든 곡에서 보여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음악에서 보기 힘든 이 완급 조절과 그루브 창조력이야 말로 재범군의 가장 뛰어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좀 더 살펴볼까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곡들은 (미국 스타일을 차용한 곡들은 제외하고) 처음에 조용하고 일관된 멜로디로 시작됩니다. 즉 피아노로 표현한다면 '미 미 미 미 미 미 미 미' 이런식으로 치죠. 그러다가 감정선이 조금 고조되면 뒷 부분을 한없이 늘립니다. 즉 '미~ 미~ 미b~~~~~~~~~' 이런식 입니다. 이건 서정적이고 조용하면서 듣기도 쉽고 따라부르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루브가 전혀 느껴지지 않죠. 하지만 미국의 Pop들은 시작부터가 다릅니다. 대표적인게 Britney Spears의 곡들이죠. 그녀의 노래들은 거의 다 시작할때 약간 뜸을 들이다가 터트리는 방식으로 음을 이어갑니다. 그러니까 한음에 앞의 반정도에 힘을 주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모든 음에 그루브가 살아납니다. 그리고 이 작법은 힙합의 그루브 만들기에서도 가장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어쨌던 Touch the sky 의 전주 부분에 이어 나오는 재범군의 랩은 그야말로 그루브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솔직히 재범군의 랩을 처음 들었는데요, Primo 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스타일의 랩이면서 (Primo의 비트가 강약이 확실한데 재범군의 랩도 강약이 매우 확실하고 그러면서도 물흐르듯 흘러갑니다. 이게 상당히 어려운 것인데요, 서부힙합 프로듀싱의 神이자, 우리나라에서는 헤드폰으로 더 유명한 Dr.Dre의 자신의 프로듀싱 실력에는 못미치는 단순한 랩을 들어보시면 쉽게 아실 수 있습니다. Dr.Dre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클래식인 Let me ride를 들어보시면 마치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비트에 맞추려고 발 뒤꿈치를 들듯이 정확하게 정박의 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범군의 랩은 정박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게 흘러가죠.) 목소리가 미성이면서도 매우 날카로워서 냉철하고 샤프하게 들립니다. 제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이정도로 랩을 잘하는 친구가 있구나라고 느낀게 바로 Double K인데요 (아실지 모르겠네요, Nu skool이라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최강의 그루브를 보여주는 곡으로 혜성같이 나타났지만 인기가 있을때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한동안 볼 수 없었죠. 최근에 컴백했었는데 방송 몇번타고 안나오더군요.) 재범군의 랩이 Double K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랩에서 가사 전달력이라는게 굉장히 중요한데 재범군의 랩은 가사 전달력 면에서도 합격을 줄만 합니다.
  이 곡의 Hook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Primo식 작법의 특징은 단순하고 중독성 강한 비트로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만약 Hook을 노래로 집어넣고 싶다면 Featuring을 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다이나믹 듀오와 슈프림팀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Primary가 중독성 강하고 강약 확실한 비트에 이어 폭발하는 듯한 Hook를 넣기로 유명하죠. 하지만 이곡에서는 verse1의 랩에 이어 interude없이 바로 Hook으로 넘어갑니다. 이건 랩의 긴장감을 그대로 끌고가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랩의 긴장감을 편한 멜로디로 중화시키려는 것인지 처음에 판단이 서지 않았는데요, 아무래도 후자의 의도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너무 Primo식으로 가면 곡 자체가 지루해질 수도 있고 이곡이 상당히 밝고 희망적인 곡인데 자칫 어두워 질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니면 조금 새로운 요소를 시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Abandoned가 R&B와 Electronics의 비트와 Funk가 융합된 곡인것 처럼 이곡도 R&B적인 요소를 집어넣으려고 한것일수도 있습니다. 어쨌던 이 Hook부분으로 랩의 긴장감이 풀어진 다음 나오는 verse2는 그야말로 이곡의 백미입니다.
  약간은 간지럽게 들리기도 하는 밝고 경쾌한 첫번째 Hook이 끝나면 The Quiett의 묵직한 랩이 본래의 Cool Groove를 청자에게 돌려줍니다. 전 이부분에서 TQ와 재범군이 랩을 두마디씩 주고받는 방식에 큰 재미를 느꼈는데요. 이런 방식을 잘 보여주는 곡이 하나 있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유승준 5집의 Westside family라는 곡이 있습니다. (무려 노래방에도 있습니다.) 유승준 5집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인 언타이틀 출신의 서정환씨가 전체조율을 맡았습니다. 이분은 예명인 supacool로 더 유명하죠. 이분도 당시 주류음악계에서 보기힘든 자신의 닉네임 그대로의 Nice&cool 그루브를 보여주었는데요. 특히 이 Westside family의 'come on let me take to the westside ride move ~' 부분들 들어보면 Touch the sky 처럼 랩을 주고 받으면서 그루브를 극대화시킵니다. touch the sky의 이부분은 랩의 달인들이 서로 마주보면서 쿨하게 주고받는 모습이 연상되는 부분이죠.
  제가 TADL 리뷰 (1)에서 앨범이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말씀드렸는데 이곡은 역시 명불허전인 TQ이 공동으로 만들어서인지 사운드의 공백이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히 적절하게 배열된 중저음 비트와 피아노 멜로디가 일품입니다. 컴퓨터 한대와 키보드 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풍부한 사운드를 보여줍니다.
  이 곡에서 완급조절 능력이 보여지는 부분이 또 하나 있는데요, TQ의 랩이 끝나고  곧장 나오는 두번째 Hook은 첫번째 hook과 다르게 0.5초를 쉬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함께 날아봐'부분까지 1채널의 키보드 멜로디만 넣어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말 그대로 'Touch the sky'인 부분이죠. 영화로 따지면 중요부분에서 슬로모션을 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비트를 넣으면서 긴장을 풀어주죠. 이런 식으로 같은 형식의 verse1, 2를 반복하면서도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청자의 지루함을 방지합니다.
  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시작과 마무리이지요. touch the sky는 역시 재범군의 urbane한 성격답게 8마디로 깔끔하게 끝냅니다. 전체적인 인상을 보면 밝으면서도 Cool 한 그루브와 동시에 편안함, 희망을 중심테마로 삼은 곡이네요. 앨범의 처음을 여는 곡으로서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 들을때에는 약간 심심한 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들어보니 이 곡의 의도가 이해되면서 그 느낌에 녹아들게 되네요.
  마치 chuck mangione의 feel so good의 힙합버전 같은 느낌이랄까요. 청자의 기분을 매우 high하면서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청량한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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