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좋아서 플랫폼에도 올려놓고 두고두고 보고싶어서 올린당~ 


원본은 

http://gall.dcinside.com/list.php?id=pjb&no=1356368&page=1&recommend=1&recommend=1&bbs= 





1. 서론

  먼저 매우 부족한 제 두번째 리뷰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부터는 앨범의 각 곡을 리뷰하겠습니다. 내용이 많아서 수일동안 조금씩 나눠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앨범 리뷰는 항상 조심스러운데, 아마추어 입장에서 음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든 음반을 평가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말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TADL을 이해하기 위한 장르적 기초를 중심으로 여러분들이 좀 더 깊이있는 감상을 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내용을 중심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음악은 들을 때 행복해지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려면 언어학자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문법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장르적 기초의 이해는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곡의 리뷰는 앨범의 플레이 리스트 순서대로 하지는 않겠습니다. 

2. 앨범 총평

  이 앨범을 듣고 첫번째로 느낀 점은 '참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만든 앨범이구나.' 하는 것입니다. 앨범의 사운드나 믹싱과 레코딩의 모든 면에 있어서 상당히 지원을 못 받은 앨범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Abandoned는 예외입니다. 이 곡은 그래도 타이틀이니만큼 상당한 지원이 있었다고 느껴지네요. 영화로 따지자면 인디영화이고, 밴드로 따지면 홍대의 인디밴드 같은 앨범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거장 모두가 첫 앨범은 다 소소하게 시작했습니다. FUBU의 모델이자, 영화배우로 유명한 LL cool J (James Todd Smith)는 어릴때 선물받은 초보적인 건반으로 15살에 첫 앨범을 만들었고, 동부힙합의 전설인 Nas도 데뷔는 영화 O.S.T 였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만들었을 생각을 하니 남일같지 않군요. 그래도 이 정도의 퀄리티 있는 앨범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앨범의 사운드를 결정짓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작곡을 할 때 어쿠스틱 악기를 쓰느냐, 가상음원을 쓰느냐고, 또 하나는 믹싱과 레코딩을 얼마나 좋은 스튜디오에서 하느냐 입니다. 이 앨범은 쉽게 말씀드리면, 컴퓨터 한대로 만든 음반입니다. 5-6년 전만해도 비싼 신디사이져가 필수였습니다. 신디사이져가 좋을수록 많은 소리를 낼 수 있었고 이것은 사운드의 풍부함과 직결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가상음원이 발달해서 컴퓨터 한대로도 거의 모든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한대로 음악을 만들시 문제는 비트를 하나하나 다 지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수많은 비트를 하나하나 다 찍고 조절해야 합니다. 가상음원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초보적인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여러가지가 있는데, 복잡할수록 전문적인 강좌가 필요할 정도로 사용법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작곡자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음악의 질의 차이가 매우 심합니다.
  반면에 외국의 유명 아티스트들이나 국내 메이져 기획사의 음반들은 세션을 씁니다. 예를 들어 Justin Timberlake 1집 Justified 의 Like I live you, Last night, Rock your body 를 들어보면,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이 모두 세션을 동원한 실제 연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상음원이 아무리 어쿠스틱에 가까워졌다 해도 실제 세션의 연주를 따라가기는 힙듭니다. 확실히 돈 들인 사운드는 훨씬 풍부함을 듣는 것 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돈 안들인 앨범의 예를 들자면, 일렉트로닉스 그룹 Casker를 들 수 있군요. Casker의 대표곡인 Discoid 를 들어보면 딱 3개의 채널로 음악을 끌어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빈약한 사운드의 음악이 사운드를 보충하는 방법은 완급 조절을 잘 하는 것입니다. Discoid 를 들어보면 1채널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 비트로 긴장감을 올리고 다시 1채널로 긴장을 낮추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TADL도 마찬가지로 완급조절에 상당히 신경을 쓴 앨범입니다. 완급조절은 대단히 힘든 작업인데, 철저히 청자의 감정선을 추정하여 청자가 이쯤에서 감정이 고조되겠다 아니면 이쯤에서는 조금 피로해지겠다 하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피곤한 작업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대단히 치밀하고 계산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면 이런 프로듀싱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믹싱과 레코딩이 있습니다. 미국의 Grammy Award에는 Sound Engineer 부문이 따로 있을 정도로 스튜디오의 역할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부분이 대단히 열악하고 유명 기획사들도 좋은 사운드를 얻기 위해 일본이나 미국의 유명 스튜디오를 찾는 것이 보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년에 약 700팀 정도의 가수가 데뷔를 하고 사라지는데, 그들은 대부분 마포나 대림동 쪽의 소형 스튜디오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 스튜디오들이 보통 한시간에 15만원 이상의 돈이 들기 때문에, 오래 녹음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잘 다듬어진 앨범이 나오기 힘든 구조이지요. 그래도 이쪽의 스튜디오들은 좋은편입니다. 그나마도 이 정도 스튜디오들을 이용하는 기획사들은 좋은 곳들이고, 군소 기획사들은 홈레코딩을 합니다. 대림동에 가면 지하 셋방에 장비를 갖춰놓고 간판만 내건 군소 기획사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녹음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음질이나 녹음 상태는 확실히 돈들인 앨범에 비해 떨어집니다. TADL도 좋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거치지는 못한것 같습니다. 그래도 공동 프로듀서인 The Quiett 이나 Dok2가 워낙 경험이 많은 고수들이라서 티가 잘 안나는 것이지요. Sidus HQ가 어떤 회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반 사업부의 지원은 형편없이 보이는 군요. 그래도 타이틀 곡인 Abandoned는 신경을 써준 듯 합니다.
  두번째는 장르의 다양성 입니다. TADL에서 재범군은 남부힙합, 동부힙합, R&B와 일렉트로닉스의 믹스, R&B, 일렉트로 하우스를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는 연습의 의미입니다. 음악적 이론이 아무리 훌륭하고, MIDI를 다루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경험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이 앨범은 EP이기 때문에, 정규앨범과 달리 여러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90년대의 기본적인 흑인음악의 장르부터 현대의 Hybrid 장르까지 한번씩 실험해보고 경험을 쌓는 것이지요. 이 경험은 다음 앨범에서의 엄청난 발전을 보장해줄 것입니다.
  두번때는 음악의 소개의 개념입니다. 경향신문에서 연재되던 한국의 대중음악사 100대 음반이라는 코너에 서태지와 아이들 4집에 대해 이런 평이 나옵니다. 요약하자면, 서태지는 외국의 새로운 음악을 도입해 온 선구자로서 팬들이 자신이 아닌 자신의 음악을 바라봐 주기를 바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음악을 듣고 자란 새로운 세대들이 새로운 음악을 듣고 발전시키기를 바랬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음악을 가리면서 자신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팬들의 관심이 비켜나가자 실망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물론 평론가의 말이기 때문에, 다 맞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언더그러운드 뮤지션들은 거의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힙합이던, 일렉트로닉스던, 재즈던 아직 한국에서 메이져에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이 만드는 장르들이 조금 더 전파되기를 말입니다. TADL은 바로 이런 흑인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좀 더 이쪽 분야에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장르를 한번에 담았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아마 다음 앨범에서는 조금 더 한두가지 장르에 편중된 앨범을 만들어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앨범은 지극히 대중적이기도, 또 아니기도 합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각각의 장르적 특성에 너무나 충실합니다. Abandoned는 상당히 Hybrid적인 감각이 돋보이지만 다른 곡들은 철저히 기본에 충실합니다. 자신이 해당 장르에 대해 실력을 쌓기 위함일 수도 있고, 또 아직 흑인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청자가 듣기 쉽도록 배려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이 아마 미국에서 메이져급 기획사에서 발매 되었다면 꽤 잘팔렸을 것입니다. 특히 Abandoned 이 곡은 정말 굉장한 곡인데, 아마 이 곡을 Bieber가 불렀다면 (비록 목소리가 전혀 안맞긴 하지만) 빌보드 1위 먹었을 겁니다. 저는 이곡을 들을때마다 감탄하는데 정말 아까운 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이 리뷰를 처음에 쓰게 된 계기도 이 훌륭한 곡에 대한 리뷰가 인터넷에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렌지 캬라멜의 방콕시티도 (무려 표절곡인데) 리뷰가 수백개인데 말입니다. 사실 음반 산업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치적이고 복잡해서 훌륭한 곡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평론가들이 일부러 외면하는 것이겠지만, 우리나라 가요계의 현실이 안타깝군요. 어쨌던 TADL은 미국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기본에 충실하고 누구나 쉽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반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대중적 음반의 끝을 보여주고 있죠. 일단 장르 자체가 한국에서 안먹히는 것만 골라담았습니다. '오늘밤'정도가 먹힐만 하군요. 이곡을 타이틀로 했으면 방송을 좀 더 탈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재범군 성격이 그렇지 않은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Rock을 R&B처럼 꺾어부르면서 '이것이 R&B다'라는 잘못된 상식이 널리 퍼져있는데요. (우리가 Ballad라고 알고있는 대부분의 곡이 사실은 Rock입니다. 사실 Ballad라는 말도 어원으로 보면 강강수월래라는 뜻인데 이게 왜 서정적 노래로 불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군요.) TADL에서는 'Don't let go'와 '너없이 안돼'를 통해 '이게 진짜 R&B지 너희들 뭐하는거냐'라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듯합니다. 그리고 그나마 듣기쉬운 서부힙합도 아닌 남부힙합의 수록곡들도 일반적인 대중들에게는 생소합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T.O.P 조차도 Turn it up으로 남부힙합을 시도했지만 조용히 물러났죠. (전 이곡 굉장히 좋은데 왜 다들 혹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음반은 말 그대로 '새로운 (전혀 새롭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어쨌던 정리해보면 소속사의 열악한 지원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준높은 퀄리티의 음반을 만들어냈고, 그 프로듀싱 과정이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곡들의 완급조절이 매우 훌륭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각 곡의 리뷰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보통 여러가지의 장르를 한 앨범에 담는 것은 혹평을 받기 쉽상이지만 각 장르의 기본에 매우 충실한 곡들을 수록했기 때문에 이런한 우려를 덜어냈다는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사실 일렉트로닉스나 비트 위주의 힙합은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천부적인 감각이 중요합니다. 인터넷도 빈약하고, 외국 음악에 대한 정보도 너무나 부족하던 1993년에 데뷔한 듀스의 이현도가 전문적인 교육한번 받지 않았음에도 비트를 찍어내는 천부적인 감각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여낸 것을 보면 (물론 표절곡이 좀 있지만 그 정도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부분은 천부적 감각이 조금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R&B 장르를 정말 엄청난 노력과 연구가 재능과 만나야 하는데요. 고전 Soul과 Funk, Rock, Jazz 에 대한 종합적이고 깊은 이해가 없으면 사실 R&B 장르를 절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R&B의 대부인 R.Kelly 도 힙합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R&B 하나만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 정도로 힘들고 복잡한 장르를 두곡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표현해낸 것을 보면 정말 수년간의 엄청난 연구와 노력가 눈에 보이는군요.
  오늘은 첫날이라서 이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일내로 Touch The Sky의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회사 컴퓨터에 메모장으로 저장해두기는 했는데 조금 더 손봐야 할 것 같네요. 모자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