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wkorea.com/2016/11/03/body-soul/





지금 박재범에게 사랑은 너무 귀찮은 일이지만 혼자서 밥 먹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체크무늬 재킷은 지방시, 팬츠는 닐 바렛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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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새 앨범은 R&B 곡들을 모았다. 작년 11월에는 랩 앨범을 냈는데 이렇게 장르를 나눠 가는 경우가 흔하진 않은 것 같다.
박재범 
내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워낙 다양해서 그렇게 됐다. 한 앨범에서 방향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색깔을 뚜렷하게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작년에는 <쇼미더머니 4> 때문에 랩을 좀 더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 결과적으로 힙합을 원 없이 해봤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노래 앨범을 안 낸 지 오래된 것 같아서 올 해는 그쪽으로 가야지 싶었다. 원래 영어로 몇 곡을 모아 내려다가 지금까지 작업해둔 한국어 곡이 추가되면서 영어 10곡, 한국어 9곡으로 거의 절반씩 섞인 앨범이 됐다.

영어 곡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는 전에도 했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내 스스로 느끼는 정체성도 인터내셔널하고, 해외 팬도 많으니까 반응이 어떤지 보고 싶었다. 미리 공개한 영어 곡에 대한 반응이 괜찮아서 넣어보자는 자신감이 생겼다. K팝에 대한 정보나 관심이 없는 영어권 R&B 팬들도 제이팍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으면 좋겠다.

작년의 랩 앨범도 볼륨이 상당했는데, 19곡이면 더 많아졌다.
욕심이 많아서다. 하고 싶은 음악도, 들려주고 싶은 음악도 많으니까. 계속 작업하다 보니까 어느새 곡이 쌓였고, 이 결과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베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양하게 넣어봤다.

영어 곡과 한국어 곡 가사를 쓸 때 접근 방식이 다른가?
곡을 쓸 때부터 정해지는 것 같다. 어떤 곡은 영어가 어울리고, 어떤 곡은 정서 자체가 우리말이 잘 붙는다. 영어로는 더 빨리 쓸 수 있지만, 한국어로 쓸 때 더 신경을 쓴다. 내 어휘력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서 자칫 유치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사나 전달력 때문에 지적받을 때도 있지만, 확실히 많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음악일 거다.

지난 랩 앨범은 온통 19금이었다.
19금은 이번에도 있다. 사랑을 노래한 섹시한 음악이니까, 하하!

표현의 수위를 좀 조절하면 활동 영역이 훨씬 넓어지지 않나? 방송도 자주 탈 수 있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연예인 하려고 음악 하는 거 아니니까. 음악을 하다 보니 유명해져서 어쩔 수 없이 연예인인 거지. 내 음악에 제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걸 염두에 둔 채 창의력을 죽이고 싶지 않다. 그것만큼은 양보하기 힘든 부분이다.

먼저 공개한 곡에는 후디가 피처링했다. AOMG에서 영입한 여성 뮤지션이기도 한데, 어떤 인물인지 소개해준다면?
목소리가 정말 세련됐고 노래 부르는 스타일도 팝적이다. 한국어로 부를 뿐, 마치 팝을 듣는 것 같아서 바로 와 닿았다. 게다가 송라이팅, 셀프 녹음, 프로듀싱도 할 줄 아는 실력파다. 원래 엘로와 알던 사이여서 피처링했는데, 듣고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았다. 꼭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 없이 일하고 있던 후디를 영입했다.

그럴 때는 사장님 모드가 되는 건가?
‘이 사람이 정말 뜰 거 같으니 내가 키워보겠다’ 하는 느낌이랑은 다른 것 같다. 정말 음악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우선 그의 미래가 보이는 거다. 그런 부분을 도와주고 싶고.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더 많은 음악을 하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음악이 너무 잘 나와서 신이 나는 거다.

여성 뮤지션을 영입하고 회사 분위기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여성 뮤지션이 들어왔다고 분위기가 달라지거나 딱히 그런건 아니다. 다만 아름다운 목소리가 더해져서 듣기 좋고 편안한 음악을 할 수 있고, 듀엣 할 때 밸런스가 좋다.


12
월이면 AOMG 3주년이 된다. 감회가 어떤가?
3년 만에 이렇게 성장할 줄 몰랐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다. 물론 엘로나 어글리덕, 후디를 더 알려야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으니까.

당신에게 AOMG 이후 3년은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 이었을 것 같다.
2PM에서 나온 이후로는 나 자신을 찾는 시간이었다. 그때부터 음악을 했지만 아마추어 느낌이 강했다. 노래나 공연이나 음악적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제 동료도 생기고 계속 해나가다 보니 어느 정도는 선수가 된 거 같다. 거대해 보이던 드레이크나 저스틴 비버, 크리스 브라운 같은 사람들이 예전만큼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몇 년 만에 이렇게 됐는데 앞으로는 훨씬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이후의 변화에 대해 질문했지만, 당신은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에 가장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성장도 있지만, AOMG는 시애틀에 있던 비보이 크루인데 이제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는 레이블이 된 게 신기하다. 대단한 일이고 감사하다.

초창기 인터뷰에서는 레이블 동료들과 같이 사무실에서 종종 마신다고 들었다. 요즘은 어떤가?
다들 바쁘고 늙었다(웃음). 요즘은 같이 클럽 가거나 이런건 잘 안 한다. 조용한 데서 고기 먹고 소주 마시고…. 아재가 된 거지(웃음).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느끼나?
취향이 조금씩 바뀌었다.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클럽보다는 조용히 소주 한잔하는 게 훨씬 좋아졌으니까. 그리고 여자 아이돌이 다 예뻐 보인다. 3~4년 전만 해도 아무 관심 없었는데 요즘은 안무 연습 영상 틀어놓고 삼촌 미소 지으면서 아이고 귀엽다, 그런다.

갈수록 관심이 없어질 것 같은데 의외다.
옛날에는 나도 아이돌이었으니까 익숙했는데, 요즘은 볼 기회가 없으니까 오히려 더 좋아한다.

그래서 어느 팀이 가장 잘하는 거 같나?
잘하고 이런 거 없다. 그냥 보면 행복하고 흐뭇하다. 삼촌 팬이 뭔지 이제 알게 됐다.

박재범이 입은 팬츠는 구찌, 민소매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자 모델이 입은 반짝이 보디슈트는 월포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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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가 늘어나면서, 회사 규모는 계속 키우게 될까?
지금도 커지고 있고 엄청나게 커졌다. 브랜드 이름값도 계속 올라가는 거니까 좋은 거라고 본다. 계속 발전해갈 수 있는 길로 갈 테지만, 특히 해외에서 좋은 기회가 있으면 더 잘하고 싶다.

사랑 이야기가 많은 노래들인데, 연애하고 있나?
요즘은 너무 바쁘다. 여자친구를 사귀면 많은 시간과 신경을 투자해야 한다. 데이트도 해야 하고 문자나 전화도 하고, 싸우면 풀어줘야 하고…. 지금은 그럴 만한 여유가 없어서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 물론 하려면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거다. 지금 이 시기에는. 물론 2~3년 뒤에는 앨범 내고 음악 하고 이런 것보다 사랑이 우선수위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의 우선순위는 그럼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주변 사람을 도와주는 거.

그러다 누굴 사귀고 헤어지고 하는 경험에서 너무 멀어지는 건 아닐까? 음악으로 만들 소재가 고갈될 수도 있는데.
뭐 내가 슬픈 사람도 아니고 엄청 슬픈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아니니까. 나에게 맞고 어울리는 음악을 하면 되지 않을까? ‘몸매’ 같은 거(웃음).

제이지와 비욘세에 대한 언급을 봤다. 이들이 당신에게 이상적인 커플인가?
최고의 래퍼이자 힙합 비즈니스맨, 그리고 최고의 팝스타이자 디바의 만남이니까. 어릴 때부터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상의 위치에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심지어 스캔들과 결별설조차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거쳐가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져서 좋다.

앨범 내놓기 전 막바지 기간이라 예민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항상 일을 많이 벌여 조급하고 촉박하게 사는데, 그래도 마음은 여유 있게 갖는 편이다. 아니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까. 멘탈이 강한 것 같다. 멘탈이 강해야 이런 속도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런 멘탈은 타고나는 건가?
나도 모르겠다. 내가 독한가 보다. 꾸준히 운동하는 부분도 그렇고 이렇게 타투 받는 것도 독해야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이런 면은 엄마한테 물려받은 것 같다.

어머니가 강한 분이신가 보다.
새벽에 학교 가기 전에 거실에서 늘 운동하는 어머니 모습을 봤다. 일하러 가기 전에 비디오를 틀어놓고 늘 따라 하셨다. 6~7년 동안 혼자 그 작은 체구로 남자아이 둘을 키웠고. 지금은 많이 편해지고 부드러워졌지만 세상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분이셨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희망을 갖고 파이팅하는 그런 태도를 배운 것 같다. 이젠 끝났다라고 생각하면 진짜 끝나는 거다.

번쩍이는 패딩 점퍼는 캘빈 클라인, 데님은 디스퀘어드 2, 레이스업 부츠는 루이 비통, 반지는 브릴리브이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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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사람인가 보다.
희망이나 믿음, 이런 게 참 중요한 거 같다. 그런 걸 가지고 살면 뭐라도 두렵지 않다.

가식이 없는 사람 같다. 당신은 잘 보이고 싶은 대상이 없나?
딱히 누구에게 막 잘 보이고 싶진 않다. 굳이 말하자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잘 보이고 싶다. 이 사람이 언젠간 나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힘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날 똑같이 봐줬으면 한다.

두려움이 없다는 건 잃을 게 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 당신이 꼭 지키고 싶은 건 뭔가?
사람 관계를 잃는 게 나에게는 가장 큰 상실일 거다. 더는 연예인을 못하게 된다거나 돈을 얼마 잃거나 이런 건 두렵지 않다. 물론 계속 성공하면 좋겠지만 나는 유명세를 지키고 돈 벌기 위해서 살지는 않는다. 먹고살아야 하고, 사람들을 챙기고 싶으니까 버는 거지. 그런 걸 잃는다고 두려워하진 않는다. 대신 친한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게 제일 두렵다.

그런 태도가 당신을 강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나를 가장 강하게 키운 건 아무것도 모른 채 한국에 처음 온 연습생 시절 이다. 가족이랑 처음 떨어지고 아이돌 그룹이 뭔지 연습생이 뭔지 내가 뭘 하게 되는지도 몰랐다. 마음이 여렸고 세상 살아본 경험이 없는 열여덟 살 때라 툭하면 울었다. 아주 작은 어려움도 영원처럼 느껴지고 조그만 일에도 죽을 거 같 고 그랬다. 모르는 게 많고 무식해서 마음도 좁았다. 하지만 그때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서, 조금씩 나아진 것 같다. 모르는 상황을 파악하고, 잘 지내고, 적응하고, 어려움도 별거 아니구나 조금씩 느끼며 강해졌다. 보고 싶은 사람도 언젠가 다시 보면 되는 거고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하면 나아진다 는 걸 배웠다.

요즘은 뭐가 재밌나?
목요일마다 친구들과 하는 농구다. 농구 끝나고 나서 함께 스타크래프트 하는 것도. 일이랑 관련 되지 않은 것 중 요즘 가장 재밌는 게 바로 그거다.

농구팀에서는 어떤 역할인가?
나는 작으니까 드리블을 잘하고, 주로 가드 역할이다. 사실 그보다는 실내 농구장을 빌려주는 역할이다. 사람들을 모아서 판을 벌이는 걸 좋아한다. 농구도 스타크래프트도 다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게임도 혼자 하는 건 절대로 안 한다.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없나?
방에서 혼자 넷플릭스 보거나 할 때는 있다. 하지만 혼자 여행 가고 싶거나 그런 마음은 들지 않는다. 혼자 밥 먹는 것도 싫어한다. 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게 좋다. 그런 관계들이 세상이 더 나아지는 출발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