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개방적인 돌아이가 왔어!


어리숙한 캐릭터와 함께 19금 코드를 은근슬쩍 넘나드는 박재범의 활약도 흥미롭다. 



<SNL 코리아>에서 앤디 샘버그의 향기를 느끼다

(중략)

하지만 <SNL>의 원조 마니아 입장에서 ‘바로 이거다!’ 싶은 대목은 뭐니 뭐니 해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꾸민 디지털 쇼트의 본격적인 도입이다. 이쯤에서 언급하지 않고서는 지나칠 수 없는 이가 있으니 바로 앤디 샘버그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를 늘어놓자니 좀 머쓱하지만, 개그 그룹 ‘론리 아일랜드’의 멤버이자 미국판 <SNL>의 간판 스타인 앤디 샘버그는 ‘병맛’ 뮤직비디오 분야의 마에스트로로, 개인적으로는 이상형이라는 사족을 덧붙여본다. 멀쩡한 얼굴과 미친 자의 멘탈이 만난 최적의 조합이랄까. 리한나나 레이디 가가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을 등장시켜 그 해괴함의 끝을 알 수 없는 뮤직 콩트를 제작해내는 솜씨 면에서는 가히 독보적 존재인데, 특히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듀오로 발표한 막장 디지털 쇼트 3부작(그 제목부터 수상한 ‘Dick in a Box’ ‘Motherlover’ ‘3-Way’)은 미국 <SNL>이 탄생시킨 레전드이자 국내에서 개그 뮤직의 시발점을 알린 UV의 실제적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 <SNL 코리아>에서는 바로 앤디 샘버그가 구축한 뮤직 디지털 쇼트의 진한 향내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호스트인 이문/식을 두고 “당신을 사랑하지만 솔직히 주연감은 아니잖아”라며 놀려 먹던 김슬/기의 자우림풍 록 발라드(2회), 동네 떨거지 형들과 홍대 클럽에서 놀다 여친에게 딱 걸린 박재범의 갱스터 랩(4회) 등이 그 예. 조롱과 쌍욕이 난무하는 가사와 찌질함의 극치를 달리는 캐릭터 묘사까지는 그냥 ‘개그’인데, 여기에 연기자들의 멀쩡한 얼굴과 호스트들의 면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뛰어난 가창력까지 결합되며 ‘쓸데없는 고퀄’로 승격되는 일련의 프로세스는 누가 봐도 일찍이 앤디 샘버그가 개척한 개그 미학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지 않은가. ‘멀쩡한 얼굴의 돌아이’ 캐릭터를 제법 그럴싸하게 해내는 박재범의 활약도 나름 쏠쏠한 관전 포인트다(솔직히 이 역할은 고/경/표가 담당하리라 기대했는데 의외다)한 가지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왕 하는 김에 조금만 더 패기를 발휘해봐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SNL 코리아>를 통해 ‘Dick in a Box’ 같은 명작이 탄생하지 말란 법도 없을 테니.

<SNL 코리아>는 여러 면에서 독보적인 코미디 쇼로 안착했다. 수위 높은 정치 풍자와 음담패설, 심지어 막말을 브라운관으로 접하는 쾌감을 살아생전 우리나라에서 맛보게 되다니, 어떤 의미에선 혁명이다.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후퇴했을지라도, 개그의 민주주의만큼은 살아남았으니 말이다. <SNL 코리아>가 그 명백한 증거다. 


http://www.firstlook.co.kr/?issue=saturday-night-f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