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EVOLUTION> : 자신감, 스스로에 대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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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뮤지션 박재범은 자신감이 넘친다. 박재범의 정규 2집 <EVOLUTION>에 수록된 17곡의 트랙은 밑바닥까지 끌려 내려갔다가 순전히 스스로에 대한 믿음만으로 정상에 복귀한 박재범의 음악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박재범의 자신감은 열일곱 곡에 달하는 꽉찬 트랙리스트부터 앨범 전체를 주제별 / 장르별로 나눠 인트로와 아웃트로까지 생각해 구성하는 치밀함 등 곳곳에서 드러난다.

앨범은 크게 R&B / 힙합 / 일렉트로닉 댄스 세 파트로 구성됐다. 앨범 타이틀이자 첫 번째 트랙 ‘EVOLUTION’을 통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강하게 어필하며 시작하는 이번 앨범은 자연스럽게 R&B 파트로 넘어간다. ‘JOAH’,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So Good’ ‘다시 만나줘’ ‘약속해’ ‘비밀’ ‘Welcome’ ‘올라타’로 이어지는 끈적한 R&B 트랙들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특히 육체적인 것에 포커싱 해 표현하고 있다. 대담하다 못해 노골적인 성적 표현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 R&B 트랙들은 20대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표현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GGG’ ‘Who the f*ck is U’ ‘사실이야’ ‘미친놈’으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강한 힙합 스타일곡으로 특히 국내 대중가요와 시스템, 또는 주변에 자신을 시기하는 무리들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이 트랙들에서 박재범은 앨범사재기, 방송사와 연예기획사의 유착관계 등 우리 대중음악의 시장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선동적이리만치 강한 메시지를 담고있는 힙합 트랙들을 지나면 ‘I Like 2 Party’ ‘Hot’ ‘나나’등 힙합 풍의 일렉트로닉 댄스 파트로 전개된다. ‘신나게 놀아보자’는 주제를 담고 있는 이 트랙들은 흥겨운 비트와 여음구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팬들과 함께 하는 라이브 공연에서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R&B는 사랑, 힙합은 비판, 일렉트로닉은 파티 등 장르 자체가 가진 특정한 성격에 곡의 주제를 풀어내려간 구성도 단단하지만 각 장르에 맞는 자신만의 창법 혹은 스타일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도 인상적이다.

다소 비성이 많이 들리는 박재범의 목소리는 R&B 파트에서는 그루브를 최대한 살려 보다 끈적하게, 힙합에서는 날카롭고 선명하게, 일렉 파트에서는 경쾌하게 들린다. 특히 우리말로는 표현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흑인 R&B 스타일을 소위 말하는 ‘본토 느낌’으로 유려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이먼 도미닉, 로코, 그레이, 커먼 그라운드, 트린대드 제임스 등의 뮤지션들을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피처링에 참여시킨 것도 감각적이다. 
박재범은 앨범 전체에서 파격적인 장르 교배보다는 R&B면 R&B, 힙합이면 힙합 등 장르적 정통성을 견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때문에 앨범 전체의 어떤 트랙도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대신 분명한 건 디테일인데 ‘So Good’ 등의 트랙에서 보여주는 코러스의 사용 방식을 볼때 자신의 감각을 음악의 구성 요소들 중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어떻게든 새로운 사운드라고 포장하기보다는 R&B와 힙합, 소울이라는 흑인 음악 장르에 집중하고 자부심을 보여주는 태도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힙합은 패션이 아니다’라는 그의 진정성을 어필하는데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는 고스란히 박재범이 스스로를 믿어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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