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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2015/11/05
레이블AOMG
평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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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 [WORLDWIDE]

01. WORLDWIDE (Feat. Dok2, The Quiett)
02. Don`t Try Me (Feat. Ugly Duck, GRAY)
03. My Last (Feat. 로꼬, GRAY)
04. 몸매 (MOMMAE) (Feat. Ugly Duck)
05. 뻔하잖아 (YOU KNOW) (Feat. Okasian)
06. CHA CHA CYPHER (Feat. G2, 기리보이, VASCO, Dayday, 서출구, DJ Wegun)
07. WHEN (Feat. 타블로)
08. 원해 (WANT IT) (Feat. 천재노창, 비프리)
09. MY (Feat. 릴보이)
10. 병신 (F*CKBOY) (Feat. Sik-K, BewhY, Ugly Duck)
11. B-BOY STANCE (Feat. Yankie, DJ Wegun, DJ Friz)
12. LIFE (Feat. 팔로알토, 개코, DJ Wegun)
13. BO$$ (Feat. Yultron, 로꼬, Ugly Duck)
14. LOTTO (Remix) (Feat. 지구인)
15. 몸매 (MOMMAE) (Remix) (Feat. Crush, Simon Dominic, Honey Cocaine)
16. In This B*tch
17. ON IT (Feat. DJ Wegun)
18. SEATTLE 2 SEOUL


‘재능 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당하지 못하며,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당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현재 박재범(Jay Park)은 세 가지 범주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적어도 2015년만큼은 확실하다. 올해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활력이 넘치며, 다양한 영역에서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박재범의 행보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래퍼’로서의 체급을 올리기 위한 의욕이 눈에 띄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전작에 실린 “WHO THE F*CK IS U”와 싱글로 선보인 “ON IT”, “몸매 (MOMMAE)” 등의 힙합 넘버가 이를 대변한다. 그리고 확연한 성장세는 본 작에서 종착을 맺는다. 박재범은 [WORLDWIDE]를 통해 흥미로운 지점을 다수 형성해냈고, 전천후 힙합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면모를 선보인다.

[WORLDWIDE]는 래퍼 박재범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아직 무르익었다고 하기는 무리가 있으나, 그는 노력의 산물을 분명하게 표현해낸다. 팝 댄스, EDM 트랩, 알앤비 넘버들을 넘나들며 음악적 유연성을 뽐낸 [EVOLUTION]과 달리, 본 작은 확실히 굵직한 힙합 넘버들로 채워졌다. 힙합이라는 틀 안에서의 가지치기를 통해 그는 서브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냈다. 차차 말론(Cha Cha Malone)과 그레이(Gray)를 필두로 한 프로듀싱은 트랩과 트랩 소울, 붐뱁, 래칫 등 다양한 하위 장르를 포함하고 있고, 박재범은 이를 대체로 무리 없이 소화하며 자기화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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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성장세만으로 [WORLDWIDE]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다. 박재범은 래퍼로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드러낸다. 노래와 랩을 넘나드는 “뻔하잖아 (YOU KNOW)”, “In This B*tch” 등을 제외하고 그는 앨범 안에서 래퍼로서의 정석적인 역할을 명확히 지킨다. “LIFE”, “WHEN”, “병신 (F*CKBOY)” 등에 묻어나는 자신감 넘치는 텅트위스팅은 그가 부단히 노력을 기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특히, 발군의 실력을 펼치는 곡은 “WORLDWIDE”와 “B-BOY STANCE”다. 박재범은 속도감 있는 사운드 위에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뽐낸다. 빠른 속도로 쪼개지는 비트 위에서도 흐름을 잃지 않고 유연하게 랩을 수놓는 모습은 탁월하며, 박자에 밀릴 듯 말 듯하며 힘을 실어내는 모습에서는 탄력이 느껴질 정도다. 

박재범의 의욕은 언어 체계에서도 드러난다. 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색하기 짝이 없던 그의 한국어 라임 구성은 이제 일정 수준에 도달한 듯하다. 다소 일차원적인 가사 설계와 유치한 몇몇 라인이 귀에 거슬리지만, 벌스를 구성하는 노하우와 디자인은 일취월장했다. 그는 순수 한국어로만 구성된 트랙은 물론, 한영혼용과 영어로 짜인 가사 등을 통해 언어적 효용성을 다각적으로 드러내고, 어미를 흐릿하게 올리는 매무새를 통해 단점을 일정 부분 상쇄한다. 물론, 아직 박재범의 랩 실력이 특출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향상됐다고는 하나 발음과 억양에는 어색함이 묻어나고, 몇몇 트랙에서는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가 앨범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 박재범은 풀렝스 앨범을 본인을 중심으로 굳건하게 밀고 나간다. 부족한 점은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하고, 본인의 장점은 극대화하면서 그는 앨범의 완성도를 높임에 주력한다. 

♬ 박재범 - 뻔하잖아 (YOU KNOW)

18트랙과 27명의 피처링진, 자칫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떠오를 수 있는 구성이다. 그러나 [WORLDWIDE]는 이름값에 걸맞게 먹을 게 잘 차려진 밥상이다. 각 구성원은 튀지 않게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유지하고 있으며, 앨범의 주인공은 많은 트랙과 인원을 산만하지 않게 통솔하고 있다. 컴필레이션 앨범을 연상케 하는 구성 속에서도 주객 전도되지 않은 채, 작품을 장악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초반부에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는 “My Last”를 제외하고는 [WORLDWIDE]는 윤활유를 칠한 듯이 톱니바퀴처럼 흘러가고 있으며, 균형과 조화 측면에서도 준수한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비해 다소 흐름이 떨어졌던 정규작들의 등장 속에서 [WORLDWIDE]는 하반기에 주목할 만한 앨범임이 분명하다.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의 새로운 도전은 충분히 좋은 열매를 맺었고, 그는 유명세 그 이상의 성취감을 취득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