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힙합 지형도

힙합신은 최근 대중음악 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아이돌이 언더그라운드의 래퍼와 한 회사에 소속되고,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TV 음악 프로그램에도 나오지 않는 래퍼들이 번갈아가며 음원차트 1위를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그들끼리 피처링을 하고, 크루를 만들며, 때로는 서로를 비난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한다. 20대의 래퍼가 한 회사의 대표가 되고, 그가 신의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는 곳. 지금 힙합신은 긍정적인 의미의 혼돈이 가득하고, 예측할 수 없는 그들의 행보는 기존의 인기 뮤지션들이 쉽게 보여줄 수 없는 날것의 매력을 가졌다. 그래서 <아이즈>가 이 복잡하고 정신없지만 매력적인 신의 그림을 그려보았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여섯 개 레이블들의 특성을 분류하면서 소속 뮤지션들은 물론, 소속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뮤지션 각각의 관계를 짚었다. 단,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힙합 디스전이나 일일이 세기도 힘들 만큼 많은 뮤지션들끼리의 피처링은 생략했다. 그래도 박재범이 지금 어느 회사에 있는지, 범키와 버벌진트가 함께 있는 회사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AOMG
박재범이 차리고 아메바컬쳐와 계약이 끝난 사이먼 디가 공동 대표로 있는 회사. 이 사실만으로도 AOMG는 단숨에 힙합신과 아이돌 팬덤 양쪽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경영능력일지도 모른다. 박재범은 AOMG를 만들기 이전부터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신 안으로 들어왔고, 함께한 뮤지션의 대중적 인지도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만큼 AOMG는 힙합신의 한 세력으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박재범으로 상징되는 대중적인 인지도와 화제성까지 동시에 가져갔다. AOMG의 그레이와 로꼬의 싱글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이런 뚜렷한 정체성의 결과였고, 이에 더한 사이먼 디의 이적은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적 사실을 알릴 수 있고, Mnet <4가지쇼> 같은 리얼리티를 찍을 수 있는 힙합 레이블. 동시에 그레이, 로꼬, 엘로, 자이언티, 크러쉬로 구성된 VV:D 크루 멤버가 셋이나 속해 있는 젊은 감각의 레이블. AOMG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