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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estie

  Bestie는 전형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남부힙합에 가까운 곡입니다. 사실 요즘 힙합은 동, 서, 남부의 구분이 무의미 합니다. 힙합이라는 것이 애초에 카세트 플레이어 하나 살 돈 조차 없는 가난한 흑인들이 입으로 비트를 만들고, 춤을 추고, 랩을 하면서 만들어진 문화이기 때문에 초기의 힙합이 바로 Minimal한 동부힙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힙합이 서서히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하면서 여러장르와의 배합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흑인 음악의 뿌리인 Jazz와 Funk가 힙합과 배합을 시작하면서 조금 더 풍부한 사운드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Gangstarr의 멤버였던 Guru (돌아가셨죠. R.I.P)의 Jazzmasterz vol.1 앨범을 들어보면 (vol.3까지 있는데 vol.1이 제일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커피숍에서 듣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지금 들으면 약간 지루할 수 있지만 당시 Modern Jazz와 힙합의 완벽한 조화라는 극찬을 이끌어 낸 것이 무색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Gangstarr가 활동하던 시기인 80년대 후반 ~ 90년대 초반까지는 힙합의 비트를 만들어내는 턴테이블이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전자음악도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자음악와 컴퓨터 음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더 많은 음악을 힙합과 배합하는 실험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음악이 바로 G-funk이죠. G-funk 음악들을 들어보시면 거의 모든 곡에 파리가 앵앵대는 듯한 전자음을 들으실 수 있는데, 이 방식이 아주 잘 드러난 앨범이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Snoop Dogg의 1993년작 doggystyle입니다. 이 앨범을 듣지 않았다면 그는 힙합인이 아니며 재범군은 아마 limited 정도로 소장하고 있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가사가 매우 불건전하므로 영어를 잘 알아들으시거나 미성년자이신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던, 제가 이전 리뷰에서 승승장구하던 G-funk와 그 친척인 R&B, 그리고 이종사촌인 Newjackswing이 90년대 후반에 모두 몰락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동부에서 서부로 그리고 남부로 이어지는 힙합의 계보가 바로 그들이 따로 떨어진 관계가 아닌 힙합의 역사 자체이며 하나라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점을 언급한 것입니다. 동부에서 발전한 서부힙합이 몰락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힙합은 죽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죠.
  남부힙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1997년의 '테크노익스폴로젼'을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30줄에 있는 나이대이거나, 20대 중후반만 되신 분들도 1997년에 한국에서도 테크노 바람이 불어서 거의 모든 대중가수들이 '사이버전사', '테크노전사'라는 컨셉트를 들고나왔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렇게 1997년을 기점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던 힙합을 대신해 테크노, 즉 Electronics가 득세하게된 시기를 '테크노익스플로젼'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DJ 그룹으로 추앙받는 프랑스 출신의 Daft punk가 있었습니다. 원래 Rock band출신인 이들은 Electronics로 전향하면서 빠르고 정신없기만 하던 곡들에 여러가지 배합을 시도합니다. 주로 흑인음악적 요소를 배합했고, 특히 80년대 미국의 Disco를 electronics와 배합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죠. 그리하여 첫 싱글인 'Da funk'는 발표되자마자 전세계를 휩쓸었고 (한국은 그때만해도 문화적 소외국이었죠.) 지금도 수백가지 버전으로 리믹스될만큼 인기가 식지 않고 있습니다. Daft punk의 멤버인 Thomas Bangalter의 'club soda'도 추천해드립니다. 이 음악을 듣고도 춤이 춰지지 않는다면 감성이 메마른분이라고 말씀드릴정도로 단순하면서도 신나는 곡이고, 왠지 Electronics와 hiphop의 중간에 있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군요.
  제가 왜 이렇게 Electronics이야기를 길게하느냐. 바로 남부힙합이 이 테크노익스플로젼을 기점으로 몰락한 서부힙합과 힙합자체를 그리고 흑인음악을 다시 일으켜 세웠기 때문입니다. 혹시 예전에 sbs에서 하던 'X맨'이라는 프로그램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매력발산을 위해서 댄스를 보여주는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마다 나오던 곡이 바로 LL cool J의 'move somethin'입니다. 이 곡은 매우 특이하게도 건반으로 만든 멜로디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전자음으로 이루어진 비트가 반복될 뿐이고, 기존 힙합에서 보이던 중저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더 신나는 느낌이 배가되죠. 바로 이런식의 프로듀싱을 전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사람이 천재 프로듀서인 Parrell Williams 입니다.
  Parrell이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은 한때 동부힙합을 주무르던 Bad boy 레이블의 사장 P.diddy 덕분입니다. P.diddy는 샘플링과 멜로디 중심의 서부힙합이 몰락할 것임을 음악가이자 뛰어난 사업가의 감각으로 미리 눈치채고 (P.diddy는 힙합 역사상 가장 뛰어난 사업가입니다. 음반뿐아니라 2pac과 biggie small 사이의 죽음을 초래한 싸움조차 장사수완으로 이용했죠. sean john라고 10년전에 유행하던 의류브랜드도 이 양반 작품입니다.) 힙합과 테크노의 결합을 꾸준히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잘 나타난 곡이 바로 Parrell이 만든 'p.diddy'라는 곡입니다. 이 곡도 역시 'move somethin'과 마찬가지로 거의 일렉트로 비트로만 이루어진 곡입니다. P.diddy를 통해 이름을 알려가던 Parrell은 결국 Chad Hugo와 함께 Neptunes라는 프로듀서팀을 만들어 2000년대 초반의 힙합계를 완전히 초토화 시킵니다. 그전까지 힙합을 그래도 'Old school'로 만들어 버렸고, 2000년대 이후의 거의 모든 힙합은 Neptunes스타일로 바뀝니다. 그게 요즘 여러분들이 흔히 들으시는 남부힙합이 전면에 나선 이유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이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Neptunes스타일이 새로운 힙합의 유행이 되긴 했지만 남부힙합이 갑자기 Neptunes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90년대 중반부터 활동해오고 있는 Outkast가 남부힙합의 큰형님 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유명하던 분들이지만 'Hey-ya'로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그야말로 새로운 힙합의 꽃으로 떠올랐죠. 이곡은 워낙 유명하니 모든 분들이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outkast와 함께 남부힙합을 이끈 또 다른 프로듀서, 바로 Crunk 장르의 대가인 lil john 입니다. Crunk는 Crazy + Drunk 입니다. 그러니까 술파티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죠. 그전까지의 힙합클래식들이 삶에 대한 고찰을 노래하는 음유시인들의 작품이었다면 남부힙합은 좀 더 파티에 가까운 음악들입니다. Lil john의 대표곡은 여러분들이 모두 아실 usher, Ludacris와의 합작곡 'yeah'입니다. 이곡으로 lil john은 지금까지도 힙합의 유행을 이끌고 있죠.
  단순함에서 끝없는 배합과 실험을 거친 발전. 어떤 음악도 마찬가지지만 힙합의 발전은 그 변형의 모습이 너무나 명확하고 극적이죠. 그리고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왜 Electronics와 사랑을 빠져있는지, 왜 힙합 레이블인 YG가 electronics곡만 발표하는지 이제는 이해가 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전자음악과 힙합의 결합의 완성형을 보여준 곡이 바로 Kanye와 Daft punk가 함께 한 'stronger'입니다. 2008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보여준 stronger 공연은 지금도 유튜브에 수백개의 동영상이 있을 정도로 전설로 남아있죠.
  이제 Bestie로 돌아와 볼까요? 남부힙합이라고 모두 Crunk 스타일은 아닙니다. 힙합의 Hybrid정신에 의거 남부힙합도 전자음과 R&B의 부드러운 보컬, 전자음과 Rock&roll, 전자음과 동부힙합의 단순함 등 수많은 실험을 거칩니다. 물론 남부힙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Nelly와 Ludacris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둘다 빌보드를 휩쓸었던 뮤지션들이죠. 아 요즘 인기많은 Crank that의 soulja boy도 있군요. 어쨌던 처음에 제가 Bestie가 남부힙합에 '가깝다'라고 말씀드린 것은 비트는 남부힙합의 그것이지만 R&B와의 결합이라는 부면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기존의 힙합 비트는 '쿵!짝!쿵쿵짝!'같은 2박 이내의 빠르고 단순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남부힙합은 비트의 Groove단위가 더 깁니다. 그러니까 '딴딴딴딴딴딴딴따~'이런식으로 무게중심이 기존의 비트와 다르게 뒤쪽에 쏠립니다. 아카데미 수상작인 'Crush'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한 Terrence Howard의 힙합영화 'Hustle&Flow'의 주제곡인 'It ain't hard out here for a p.i.m.p'가 바로 남부힙합의 비트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곡입니다. 이곡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죠. 이 곡이 왜 주제가상을 받았는지는 영화를 보시면 이해하실겁니다. 물론 포주에 대한 이야기라서 미성년자분들이 보시기에는 부적절합니다.
   Bestie를 들어보시면 처음에 나오는 intro의 건반멜로디부터가 무게중심이 뒤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yeah'나 'Whoo'같은 추임새도 남부힙합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리고 들리는 비트가 touch the sky와는 다르게 조금 가벼운 드럼비트임을 느끼실텐데요, 이런 종류의 비트는 808스네어라는 유명한 음원에서 따온것입니다. (스네어라는 것은 비트박스의 기술 중 하나입니다.) 남부힙합의 거의 모든 곡이 이런 비트를 사용합니다.
  이곡이 상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재범군의 엄청난 랩과 보컬 실력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랩이야 Touch the sky에서 말씀드린대로 뛰어난 Flow를 자랑하지만 전 보컬부분에서 더 놀랐는데요, 왕년에 노래 공부도 좀 해봤지만 Bestie 처럼 부르는게 가장 어렵습니다. 진짜 어렵죠. 딱히 높아보이지는 않는 octave이지만 의외로 높습니다. 첫음을 2옥타브 레#정도에서 시작하는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호흡이 아주 안정되어 있고 더군다나 vibration스킬도 자연스럽습니다. 첫음을 높게 시작해서 높게 끝내는건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미성을 쓰면 보통 반가성을 쓰게 마련인데 (반가성으로 노래하면 목이 금방 상해서 라이브가 불가능하죠.) 재범군을 진성을 쓰는군요. 보통 SM창법이라고 불리는 유영진식 R&B창법은 비음이 기초입니다. 하지만 재범군의 보컬은 Rock보컬에서 기본인 두성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네요. vibration이 과하지 않은 것도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의 이른바 '소몰이'창법은 상당히 과장된 기술들을 사용하지만 사실 미국 R&B를 들어보면 그런식으로 노래하는 사람 없습니다. 거의 '툭' 던지는 식으로 가볍게, 하지만 무게감을 잃지 않게 부르죠. usher의 노래들을 들어보시면 할 수 있습니다. U don't have to call을 들어보시면  'it's okay girl'부분이 포인트인데도 상당히 간결하게 끝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재범군의 Bestie에서의 마무리 스킬이 상당히 깔끔하면서 마음에 드네요.
  또 한가지 주목해야할 부분은 바로 verse2의 랩입니다. 특히 첫 부분에서 보여주는 빠른 랩, 그리고 재치있는 각운이 눈에 띄는군요. way, baby, day로 이루어진 그루브 넘치는 각운에 이어 호흡을 약간 길게 가다가 bum jay로 마무리하는 -y각운이 듣는 재미를 더하는데요, 이런식으로 짧게, 짧게, 짧게, 길게~가 랩의 기본적인 그루브 단위이면서 잘쓰면 아주 멋진 가사가 나오는 기술입니다. 랩의 빠르기도 아주 훌륭한데요, 마치 미국의 랩이 빠르기로 유명한 Twista의 랩을 떠올리게 하네요. 한 사람이 Touch the sky와 Bestie에서 전혀 다른 느낌의 랩을 보여주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입니다.
  Touch the sky와 마찬가지로 이 곡도 랩과 Hook사이의 interude가 없습니다. 남부힙합 특유의 high high한 느낌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배치로 보이는군요. 제가 이곡을 두번째로 리뷰한 이유가 바로 Touch the sky와 구성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보컬과 수려한 멜로디 라인, 그루브 넘치는 랩이 만나서 조금 더 설레는 느낌을 주는 곡이 완성되었네요.
  제가 Bestie가 남부힙합과 R&B의 결합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Bestie와 비슷한 느낌의 곡이 있습니다. 바로 Soulja boy (Crank that으로 빌보드를 휩쓸었고 현재 남부힙합씬에서 가장 Hot한 영스타죠.)의 'Kiss me thru the phone'입니다. 이곡에서도 감미로운 보컬과 그루브 넘치는 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요, Bestie보다는 좀 쳐지는 느낌이지만, 수려한 멜로디 라인과 남부힙합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죠. 재범군은 멜로디 라인을 만드는 재능이 상당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Bestie에서 사실 가장 주목할 부분이 바로 이 멜로디 라인의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부힙합의 비트를 차용하면서도 남부힙합 특유의 파티분위기 보다는 오히려 R&B에 가까운 부드러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점이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고, '신난다'의 분위기와 '차분함'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척점에 있는 두가지 감성을) 곡이라는 점도 특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곡이 꽤 짧은 편인데도 전혀 짧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점도 구성이 상당히 알차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네요. 두번째 Hook이 끝나고 보여주는 'You're my everything girl'부분에서의 마무리는 특히 마음에 드네요. usher가 보여주던 과하지 않으면서 무게감을 잃지않는 간결한 vibrarion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곡이 특히 TADL에서 평가받을만한 부분은 TADL이 기본적으로 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의 음악에 기초하면서도 최신의 트랜드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재범군이 국민학교 4학년때 음악을 듣기 시작했으면 제가 중3때 snoop의 doggystyle을 처음 들으면서 힙합에 입문했으니 들은 곡의 시기는 거의 비슷하네요. 이시기에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최신의 유행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 정신은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보통힙니다. 비율로 따지면 7:3정도 되겠군요. 그리고 Bestie도 힙합의 최신이라는 남부힙합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사실 그 기초는 90년대 후반의 R&B이고 이곡의 본질도 사실은 R&B라고 보고 싶군요. 많은 분들이 재범군의 R&B가 Trey songz를 연상하게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전 재범군의 R&B는 Dru Hill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유는 '너없이안돼'를 리뷰할 때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모자른글 끝까지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저희회사가 6월말 결산이라서 요즘 미친듯이 바쁘네요. 다음리뷰를 언제쓸수있을지는 모르지만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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